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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받는 어민이 있다? 소원면 파도리어촌계의 신선한 도전

기사승인 2023.02.02  15: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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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고령어촌계원 8명에 처음으로 퇴직금 각각 1500만원 지급… 향후 10년간 100여명 지급 계획

   
▲ 파도리어촌계원들이 바지락 수확을 하고 있다.

현재 어촌계원 249명으로 ‘비대’해 점차 감축 계획… 어촌계원 및 마을리더들과 협의 후 전격 결정
사망시 가족에게 퇴직금 지급… 어촌계 기금 중 10명 퇴직금 1억5천만원 제하고 계원들에게 배당

일반 직장도 아닌데 직장인들처럼 퇴직금을 받는 어민들이 있다. 퇴직금은 1500만원에 이른다. 일반 직장인들과 비교하면 많지 않은 퇴직금이지만 퇴직금을 받아든 어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퇴직금 제도를 도입한 어촌계에서는 지금의 황금어장을 일군 주역들에게 더 많은 퇴직금으로 우대를 해주고 싶지만 예산의 한계로 되레 ”송구스럽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고령화로 작업이 어려운 계원들 자동탈퇴 사례 많아… 퇴직금 제도 도입한 ‘파도리어촌계’

고령화로 인해 바지락 작업을 하기 어려운 고령어촌계원들의 자동탈퇴가 늘고 있다. 숙연한 얘기지만 자동탈퇴는 사망이나 지병 등으로 인한 요양시설 입주가 주원인이다.

계원들의 의지와는 무관한 사유로 어촌계원에서 자동탈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충남 태안군의 한 어촌계가 퇴직금 제도를 도입하는 신선한 도전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07년 12월 태안원유유출사고의 중심지이기도 한 소원면 파도리어촌계가 그곳. 파도리어촌계는 올해부터 8명의 자동탈퇴 계원에게 각각 1500만원 씩 모두 1억2천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파도리어촌계는 소원면 파도리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구성됐다. 2007년 12월 태안원유유출사고 이전에는 계원이 270명을 넘었지만 2021년에는 252명, 지난해에는 249명으로 점차 감소 추세에 있다. 큰 감소폭은 아니지만 모두 자연 감소다.

파도리어촌계는 태안군내 전체 88개 어촌계 중에서 최대 어촌계원을 보유한 어촌계로, 바지락과 전복으로 수익을 올리는 특화된 어촌계다. 파도리어촌계의 게르마늄 바지락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일본에까지 수출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게르마늄 바지락은 지난 2007년 11월 특허청으로부터 국내 특허를 취득한데 이어 이듬해 일본에 특허 출원을 신청해 3년만인 지난 2011년 9월 특허가 승인될 정도로 효능과 육질에서 우수성이 인정됐다.

이처럼 파도리어촌계의 오늘날 황금어장을 일군 배경에는 현재의 고령어촌계원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

제도를 공론화시키고 올해 본격 시행에 들어간 파도리어촌계의 퇴직금 제도는 지난 10년간 파도리어촌계장을 맡고 있는 최장열(52) 계장이 어촌계원은 물론 마을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노인회장 등 마을리더들과 수차례 회의를 거쳐 도입했다.
 
최 계장에 따르면 퇴직금 제도는 2년 전부터 어촌계회의와 더불어 마을리더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머리를 맞대왔고, 공론화과정을 거쳐 2021년에 퇴직금 제도 도입을 전격 결정했다. 이후 과정은 신속했다. 어촌계정관에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공식적으로 법제화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부터 자동탈퇴된 8명의 계원에게 1500만원씩을 지급하며 전격 시행됐다.

퇴직금 제도가 본격 시행된 올해 이전 계원에서 자동탈퇴된 어민에게는 억울할만도 하지만 퇴직금 제도 도입 취지와 시행 시기에 계원들 모두가 찬성한 만큼 돈 한푼 받지 못하고 자동탈퇴 된 계원들도 불만 없이 퇴직금 제도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배당금도 2년 전 160만원에서 지난해 120만원, 올해 40만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실한 담보가 있기 때문에 계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지 않고 있다.

평소 “어촌계가 계원들을 위해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가야한다”는 어촌계 운영철학을 갖고 있는 최 계장은 “퇴직금은 기존 어촌계원들도 존중하면서 자동탈퇴하는 계원에게 전에 없었던 퇴직금을 줘서 병원비나 장제비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주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라고 장점을 소개하면서 “퇴직금을 받는 계원들은 예전에는 돌밭이었던 파도리의 바지락 어장을 지금의 황금어장으로 만드는데 기여하신 분들로 충분히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분들”이라고 존경도 표했다.

최 계장은 재차 “오로지 본인들의 부역으로 지금의 황금 어장이 만들어졌고, 그 중심에 지금의 어촌계원들이 있다”며 “그분들을 당연히 존중해줘야 하고 땀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퇴직금 도입 취지를 밝혔다.

추운 날씨에 바지락작업이 어려운 겨울, 휴어기를 맞아 지난 27일 파도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고령의 파도리어촌계원 A씨는 “나도 나이도 있고 바지락 긁기에는 몸이 힘들어서 퇴직금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흘린 땀만큼 받는 배당금을 포기할 수 없고 배당금도 용돈으로 쓰기에는 쏠쏠해서 몸이 허락하는 한 좀 더 바지락을 긁은 뒤에 퇴직금을 신청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계원 B씨는 “퇴직금 제도는 향후에 요양원을 가든 병원에 가든 계원들에게는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언젠가는 내 차례도 오기 때문에 계원들도 퇴직금 제도에 불만 없이 공감하고 있다”고 퇴직금 제도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자동탈퇴 계원에 1500만원 퇴직금 지급, 기금 마련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렇다면 어촌계기금으로 계원당 1500만원의 퇴직금을 주는 제도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실 파도리어촌계가 도입한 퇴직금 제도 이전에 일부 어촌계에서는 연금제를 도입해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연금제는 어촌의 미래 비전이면서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아니 힘에 부치는 제도다. 연금형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법제화와 기계화가 선행되어져야 한다는 게 최 계장의 조언이다.

고령자를 위해 연금처럼 지급하는 연금형 제도를 도입했던 태안군내 일부 어촌계에서는 취재결과 현재로서는 중단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유는 연금형으로 고령어촌계원에게 일정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실제 바지락 작업에 참여하는 어촌계원들로부터 30~40% 가량의 수수료를 떼어야 가능하기에 어촌계원들한테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개 일반 어촌계에서는 5% 이내, 파도리어촌계에서는 4%대의 수수료를 떼 퇴직금과 어촌계 운영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퇴직금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어촌계는 파도리어촌계와 의항어촌계 두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파도리어촌계보다 의항어촌계가 먼저 퇴직금 제도를 시행했지만 퇴직금 규모에서는 파도리어촌계가 500만원이 많다. 의항어촌계는 1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모두 젊은 어촌계장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파도리어촌계에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계원의 기준은 나이도, 경력도 아니다. 현재 어촌계 정회원 중 본인이 스스로 어촌계 탈퇴를 결정한 계원이 대상이다. 대부분은 사망자거나 요양시설에 입소해야 하는 고령자다. 사망한 계원은 남은 가족들에게 퇴직금이 지급된다. 본인이 직접 받는 경우도 있다.

사실 파도리어촌계가 퇴직금 제도를 도입한 숨은 배경에는 고령화도 있지만 비대한 어촌계 조직을 슬럼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최장열 계장은 “한 어촌계가 관리할 수 있는 적정 계원 관리선은 70~80명 선이지만 150명을 넘게 되면 관리가 어려워진다”면서 그 이유로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파벌도 형성된다”고 전제했다. 

파도리어촌계는 2022년 기준으로 어촌계원이 249명이다. 어촌계로서는 비대한 규모다. 퇴직금 제도 도입으로 사실상의 슬럼화가 시작된 셈이다.

최 계장은 “그런 이유로 향후 10년간 100명 정도의 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파도리어촌계원이 150명 정도 선까지 감소하게 될 것으로, 그때까지는 더 이상의 어촌계원 신규가입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망으로 인한 자연승계의 경우도 발생하겠지만 승계할 경우 승계만 받고 떠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승계 조건도 까다롭게 정했다”고도 했다.

“올해도 10명의 퇴직금, 1억5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는 최 계장은 퇴직금 지급을 위한 기금 마련 방식도 설명했다. 

최 계장은 “퇴직금은 어촌계기금에서 지급되는데 어촌계기금은 배당금과 행사료로 마련된다. 배당금의 경우에는 10명에게 줄 퇴직금을 우선 제외하고 배당하게 된다. 퇴직금이 예산에서 가장 우선순위다”라면서 “행사료의 경우에는 어촌계가 바지락어장과 전복 어장을 소유하고 있는데 계원들한테 빌려주고 떼는 면허세를 말한다. 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연간 행사료가 책정된다. 이렇듯 어촌계 살림만 잘 운영하면 퇴직금을 충분히 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고 퇴직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피력했다.

태안군에서 그동안 일부 어촌계에서 시도됐던 탈퇴하는 계원에게 연금형으로 지급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지급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시행은 어려운 ‘현실화될 수 없는 제도’”라고 쓴소리를 냈지만 최 계장은 어촌계의 미래비전은 ‘연금형’ 지급이라고도 했다. 다만, 연금형으로 지급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연금제도의 ‘법제화’와 무엇보다 ‘기계화’가 선행되어져야 한다고 꼽는다. 기계화가 된다면 최소한의 인력으로 바지락생산과 판매, 수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자동탈퇴한 계원들의 퇴직금을 1500만원 선으로 정한 이유도 밝혔다. 최 계장은 ”계원으로서 고생한 대가에 대한 보상규모를 1천만원, 1500만원, 2천만원 등 세가지 안을 두고 협의를 했는데, 파도리어촌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3천만원의 가입비를 내야하는데 가입비의 절반 수준으로 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이 많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계장은 고민도 있다. “가장 큰 걱정은 계장이 바뀌면 퇴직금 제도가 지속, 존속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면서 법 제도화하면 지속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관도 바뀔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최 계장은 끝으로 “확실한 예산이 정해져 있지 않아 앞으로 퇴직금 받을 계원들이 불만도 있겠지만 재원조달 계획만 잘 세우면 퇴직금 제도는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 “가장 기본적으로는 바지락 조업이 잘 되어야 한다. 스스로 자립해서 계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어촌계가 복지어촌계의 미래다. 우리 파도리어촌계는 천혜의 요건을 잘 갖췄다. 바지락을 캐는 어촌계는 퇴직금 제도의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김동이 기자 east334@hanmail.net

<저작권자 © 태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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