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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가볍게 보는 태안군 공직사회

기사승인 2022.11.10  16: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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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태안의 어업지도선인 격비호 내부에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추며 함께 근무해왔던 사이로 직급(6급)은 같으나 직책상 상·하관계가 나뉜다.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취재한 바를 정리해보면 지난 9월 상급자인 A씨는 B씨에게 전화해 청소를 지시했다. 

이에 B씨는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는 취지로 답하며 지시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B씨는 욕설을 하지 않았고 “아이씨”만 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있던 B씨를 찾아가 밖으로 끌어내려 했고 B씨는 끌려가지 않으려 저항하는 상황에서 얼굴에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일이 있고 한 달여, 지난 4일 태안군은 이번 사안에 대한 자체감사 감사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두 사람 모두 ‘훈계’조치. 훈계는 징계 중 수위가 가장 낮은 단계의 경징계로 말 그대로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는 경고에 불과하다.

필자는 감사팀으로부터 이 얘기를 듣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때린 사람과 맞은 사람이 똑같은 징계, 그것도 가장 가벼운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이라니 두 귀를 의심했다.

물론, B씨에게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같은 직급이라도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상급자에게 반박한 것은 일종의 하극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B씨에 대한 징계는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상명하복의 의무가 있는 공직사회의 지휘체계, 특히 비상출동 등 바다위에서 각종 업무를 수행하는 격비호의 특성을 고려하면 다소 가벼운 조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A씨는 다르다. 설령 B씨가 욕설을 했다고 치더라도 요즘 세상에, 그것도 공직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감사팀에 묻고 싶은 마음이다.

정황상 A씨가 B씨를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강제로 위력을 행사했고 이 과정에서 사람이 다쳤다면 명백한 폭행인데 말이다. 또 두 사람이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진 것도 아닌 것으로 보여 답답할 따름이다.

특히, 폭행을 당한 사람과 폭행을 가한 사람이 똑같은 처벌을 받는다면 앞으로 그 누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외부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지 의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군수의 생각이다. 가세로 군수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횡령, 금품수수, 음주운전 등 최근 불거진 공직비위에 대해 사과하고 “신상필벌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처우를 받는 일 잘하는 공직풍토를 조성하겠다”면서도 격비호 사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란 공이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뜻으로, 상과 벌을 공정하고 엄중하게 하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이에 본 기자는 군수로서 합당한 감사결과라고 생각하는지 물었고 가세로 군수는 “격비호는 태안을 경비하고 어업을 지도하는 지도선”이라며 “비상출동 등 선박에서 일어나는 일을 문제없이 해결하려면 지휘계통이 준수되어야 한다. 합당한 조치라고 생각된다”고 폭행보다는 하극상에 더 무게를 둔 것 같은 답변을 했다. 

이 질문을 하며 군수가 경찰출신인 만큼 폭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바로잡아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반대였던 것이다.

직원에게 폭력을 가해도 훈계조치가 내려질 만큼 지휘체계가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직장 내 폭력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지휘체계가 가장 엄격하다는 군대에서도 이렇게 조치하진 않는다. 군 시절을 생각해봐도 선·후임 간 다툼이 폭력 사태로 이어진다면 후임에게도 책임을 물지만, 폭력을 행사한 자에게 분명 더 큰 처벌이 내려졌다. 

하물며 태안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군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형사소송법을 가장 잘 아는 경찰출신 군수의 판단이 합당하다고 한다.

앞서 얘기한 신상필벌은 도대체 어느 부분에 적용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도청 감사위원회에서도 관심을 두는 것 같다. 군청 관계자도 본지의 보도로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며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있다.

정정보도는 잘못된 기사를 바로잡는 일로 잘못되지 않은 부분을 어떻게 바로잡으며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다 곤란해졌으니 정정보도 해달라는 것은 또 무슨 경우인지, 그렇게 보도하면 어떻게 하냐고 따지는 데 황당할 뿐이다.

지역 언론은 군과 군민의 소통창구다. 여러 차례 군의 생각, 입장, 일련의 과정에 대해 물어볼 때는 등 돌리고 있다가 본인이 곤란해지니 개인면피용으로 언론을 이용하려는 행동에 화가 날 지경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폭행당한 B씨가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B씨에게도 분명히 잘못이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군에서 바로잡아주길 바라며 문제가 불거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는 것보다는 그때그때 군민들과 소통하며 바로잡아 가는 행정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말했 듯이 신상필벌을 통한 일 잘하는 공직사회가 실현되어 군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군정이 되길 바란다.

군에서는 최근 선·후배 공직자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등 공직문화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청도 사람이 모여서 생활하는 곳이기에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일들, 또 개인의 일탈까지 모두 예방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명확한 조치로 보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공직사회가 되길 소망해 본다. 

이성엽 기자 leesy8904@naver.com

<저작권자 © 태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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