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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때도 안 했는데..." 지휘부 집단사의에 해경 '발칵'

기사승인 2022.06.30  18: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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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관련 해경청장 등 9명 사의... "정치권 향한 반발" 분석도

   
▲ 지난 22일 오전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 하태경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는 이날 해양경찰청을 방문, "조류 방향"의 조작 의혹 등을 지적하고 월북 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다며 해경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아니, 태안기름유출사고, 세월호 사고, 중국 밀입국 사고 등 훨씬 큰 사안에도 이런 일(해경 지휘부 일괄 사의 표명)은 없었는데..."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수사와 관련 24일 오전 정봉훈 청장을 포함한 해양경찰 지휘부 9명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을 접한 전직 총경 A씨의 반응이다.

해경들 "내일 입항하는데... 일이 안 된다"

일선 해경 직원들은 사상 초유의 해경 지휘부 집단 사의 표명에 당혹스러워 하며 일손을 못 잡고 있다는 내부 전언이다.

평택 해경에 근무하는 B경사는 "갑자기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해 정신이 없다. 해경은 수사 발표만 한 것인데 전체 지휘부에까지 여파가 크게 미칠지 몰랐다. 다른 직원들도 일을 못하고 멍하니 있다"라고 전했다.

해상 근무 중이라는 C경위도 "인터넷을 통해 해경 지휘부의 사의 표명을 접하고 승선원 전체가 놀라고 있다"며 "내일(25일) 입항해야 하는데 뒤숭숭하여 근무가 제대로 안 될 정도다. 어디다 전화해서 물어 볼 수도 없고 답답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 때도 지휘부가 사퇴하지는 않았는데... 전 직원들이 머리가 아플 정도로 멍해져 있다"고 전했다.

지휘부 사의 표명에 대한 해경 내 의견은 엇갈린다.

D경감은 "지휘부 전체 사의 표명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면서도 "사의를 표명하긴 했지만 해경에만 책임을 묻는 현 상황에 대한 반발로 봐도 될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 임명된 정봉훈 해경청장을 포함한 지휘부 전체가 사의를 표명한 것은 청와대나 국방부 등은 사라지고 책임을 해경에만 물으려는 정치적인 의도로부터 조직을 지키기 위한 방법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구체적인 이유로 2년 전 공무원 피격 사건 관계자 대부분이 퇴직한 상태라는 점을 들었다. 당시 수사국장이었던 현 윤성현 남해청장 정도만 현역 신분이다. A 전 총경도 "실제 사의 수용은 일부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사의를 수용할 경우 후속 승진을 단행해도 지휘부를 채울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D 경감은 "실제 9명의 사의가 받아들여지면 현재 6명인 경무관을 다 승진시켜도 해경 지휘부를 채울 수 없게 된다. 사상 초유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오후 "진상규명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일괄 사의는 반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휘부 사의 무책임... 국민 불신 우려"

무엇보다 일선 해경들은 한 목소리로 "국민 불신"을 우려했다. A 전 총경은 "2년 전 최종수사 후 발표를 했어야 한다"며 "수사 결과를 특정해서 한 것으로 보이는데 참으로 부끄러운 일로 책임을 질 사람은 명백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C경위는 "지휘부 전체가 무책임하게 사의를 표명하면 또 국민으로부터 뭔가 크게 잘못했으니 단체로 그만둔다는 뒷말을 듣는 등 해경이 국민 신뢰를 잃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관련 책임자들만 책임을 지고 다른 지휘부는 빨리 조직의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E경감도 "이번 사안은, 정치적으로 문제를 키운 것을 해경 지휘부가 다 뒤집어쓴 것처럼 보인다"면서 "현실적으로 책임이 있다면 그 사람이 책임을 지고 빨리 조직이 안정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봉훈 해경 청장은 이날 오전 전국 지휘관들이 참석한 화상 회의에서 "저는 이 시간부로 해경청장 직을 내려 놓는다"며 "오랜 고심 끝에 우리 해경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 새로운 지휘부를 구성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날 사의를 표명한 해경청 지휘부는 정 청장 외 서승진 해경청 차장과 김병로 중부해경청장 등 치안정감 2명과 김용진 기획조정관 등 치안감 5명이다. 지난 2020년 9월 당시 본청 수사정보국장으로서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직접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윤성현 남해해경청장도 포함됐다.

신문웅 기자 shin0635@hanmail.net

<저작권자 © 태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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