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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중 좌·우 대립의 아픈 역사를 태안 보통 사람들의 몸짓으로 화해의 손길 보내

기사승인 2023.09.01  10: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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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문화예술곳간 ’우리동네‘, 연극 ‘갇힌 사람들-끝나지 않은 노래’ 성황리에 공연 마쳐

   
▲ 가덕현 우리동네 대표가(사진왼쪽) 공연을 마치고 출연배우들을 소개하고 있다.

"상처 받은 사람만이 상처를 보듬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놈의 지긋지긋한 전쟁(좌·우 이념 논쟁)은 언제 쯤 끝이 날까요?“

지난달 26일 오후 4시 30분경 태안문화원 아트홀에 숨죽이며 관람하던 200여명의 관객들은 연극 ’갇힌 사람들‘ 막이 내리자 기립박수를 보내주고 있었다.

90분 내내 이어진 배우들의 몸짓과 대사에 묻어난 울림은 다소 불편한 내용이고 진실을 유추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는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와 상생의 길로 가야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태안문화예술곳간 ’우리동네‘는 25일 저녁 7시와 26일 오후 3시에 태안문화원 아트홀에서 연극 ‘갇힌 사람들-끝나지 않은 노래’(연출·각색 가덕현)의 막을 올렸다.

정낙추 작가(전 태안문화원장)의 단편 ‘죄인’을 극화한 이 연극에 출연한 배우나 스텝들은 태안 어디에선가 언제든 보고 만나고 얘기 할 수 있는 중ㆍ고생들, 선생님, 형수님, 발전소 노동자 등 보통의 태안 사람들이다.

공연 기획 의도와 제작과정

한국전쟁 시기를 거치며 태안군에서 1,000여 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였다. 남북 정규군 간의 교전이 없이 오랜 시간 함께 어울려 살아온 민간 이웃들 사이에서 벌어진 희생이기에 더욱 가슴 아픈 기억일 수밖에 없다. 국토의 분단으로 발생한 이 허망한 죽음들은 이웃 간 혹은 가족 간의 아픔과 고통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치유되지 않는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이 또한 우리 공동체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에 조금이나마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연극 예술로 승화시켜 무대 위에 깊이 있게 재조명함으로써 함께 성찰하는 기회를 갖고자 본 공연을 제작하게 되었다.

〈갇힌 사람들-끝나지 않은 노래〉는, 2021~2022년도에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태안신문사·태안문화예술곳간 우리동네·(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태안지부가 공동으로 주최하여, 태안군민을 대상으로 6회, 이듬해에 관내 중·고등학교 10개교 순회 상영에 이어 전국 독립영화관에서 상영한 이후 현재 국가기록물로 지정된 다큐 공동체 영화 '태안'(진실화해위원회 구자환 감독)의 연극판이다.

이에 연극 <갇힌 사람들-끝나지 않은 노래〉 공연은, 또 다른 기억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쓴 정낙추(전 태안문화원장) 작가의 소설집「복자는 울지 않았다」에 실린 단편 <죄인>을, 가덕현(극단, 태안문화예술곳간 우리동네,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태안지부) 대표가 현대적인 시각에서 희곡으로 각색 · 연출하고, 공연 제작과정의 처음부터 공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태안지역에 뿌리내려 거주하는 극단 <우리동네〉 단원들과 함께 공동으로 기획하여 무대 위에 올리는 매우 소중하고 의미 있는 태안지역 연극 공연예술의 첫 성과물이라 하겠다.

   
 

공연 줄거리

6.25 한국전쟁 73주년에 이어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이하여, 정낙추 작가의 단편소설 <죄인>을 무대화한다.

무대는 태안 지역의 한적한 바닷가 평온한 마을을 둘러싼 과거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죽음을 앞둔 여인 종순이 세 명의 역할로 나누어 가슴 깊이 간직해온 가슴 아픈 생애를 고백하는 것이다. 한 여인의 생애를 관통하는 삶의 각 기억은 점차 하나로 모아져 평생을 숨죽여 살아오면서 미처 밖으로 꺼내놓지 못했던 한 많은 자신의 이야기를 비로소 풀어놓기 시작하려는 것이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고통의 질곡을 견디며 살아온 아픔의 시대를 관통하는 역동의 시간을 타고 무대의 장면이 이어진다.

세 명의 여인, 하나의 종순이가 살아온 생애의 발자취가 여러 배우의 입을 통해 터져 나오는 과거의 목소리에 실린 절규의 목소리는 참혹하기 그지없다. 꿈 많고 청순했던 한 인간의 삶을 무참히 짓밟고 지나가는 전쟁. 급기야 스스로 죄인으로 만들어버린 이념의 껍질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삶. 끝내 살아남아야 하기에 살고 있는 여인 종순의 비극적 인생은 우리 현대사의 과거를 통해 오늘날 되풀이되고 있는 분단의 아픈 현실을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이렇듯 한반도 서쪽 한적하고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 여인의 비극적 이야기는 거대한 이념에 갇혀 허우적이는 세태와 이에 짓눌린 채 깔려 몸부림치는 한 개인의 고통스러운 삶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뗏마 속에 갇힌 사람들'은 종순과 남편 서장환과 염치술을 넘어 함께 살아온 우리 공동체 모두가 되어야 한다. 이는 어떤 한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란 성찰과 자각만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정직한 고백이어야 한다.

끝내는 “상처를 받은 사람만이 상처를 보듬을 수 있다.”는 말로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종순. 그래서 그녀는 눈앞에 다가온 죽음을 받아들이면서도 세상을 향해 외친다.
“나는 이 전쟁이 완전히 끝나는 날 눈을 감을 거에요.”
종순의 이 대사 한 마디가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바람이 되고 현실이 되는 날. 비로소 우리는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되고 자신을 가둬놓고 있는 모든 억압과 잠재적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덕현 태안문화예술공간 우리동네 대표 연출의 변

‘태안' 지명이 담긴 '극단'의 이름을 넣어 연극 공연을 시작하는 일은 생각보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도전이다. 학생 연극 외에는 연극 문화와 인연이 거의 닿지 않은 낯선 곳, 군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의 신분으로 '연극'이란 이름을 담아 아이들과 함께 공연작품을 꾸려온 지도 어언 30년. 아직도 태안의 연극 문화는 그리 익숙한 영역이 아니다. 이곳에 태안문화예술곳간 '우리동네'가 2016년에 뿌리내려 창단 공연과 함께 충남연극제 비경연 분야 공연 참가에 이어. 10회 가까운 태안동학농민혁명기념 뮤지컬 공연을 올렸다. 그러나 오로지 태안 자체의 역량만으로 준비한 「갇힌 사람들~끝나지 않은 노래」공연 무대가 어쩌면 태안 연극공연예술의 첫 출발인 셈이란 생각이다.
그동안 1990년부터 6회에 걸쳐 진행한 '태안청소년 연극제'. 올해로 25회를 맞는 충남학생연극(제발표회 초기, 참가 학교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 자산이 오늘 지역사회 연극 문화의 소중한 밑거름이 된 것이란 자부심과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정년을 일주일 앞두는 시간에 비로소 지역민들과 함께 천애의 밑바닥을 치는 마음으로 지역 연극문화 공연의 부끄러 운 속살을 내어 보인다. 부디 작은 소통과 치유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정석희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장 축하의 글

태안이 변하면 나라도 변합니다
129 년 전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를 차마 볼 수 없어 들불처럼 일어났던 갑오농민 항쟁의 마지막 격전지였던 태안, 73년 전인 경인난리 때는 당시 태안 인구의 5%가 넘는 1,100여 명의 민간인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곳입니다.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고 나라를 지키려 했던 잡초 같은 민초들이었습니다. 이 시대와 역사의 진실을 찾는 일이 이제 우리의 몫이 되었습니다.
정낙추 작가의 단편소설 「죄인을 각색하여 연출한 '갇힌 사람들-끝나지 않은 노래' 가덕현의 이번 연극무대는 그래서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있는 땅은 그때 그 죽은 사람들이 묻힌 땅입니다. 상처 받은 사람만이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것도 그들이 서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태안인들이 다시 한번 분노하여 깨달음이 거듭되면 거대한 탈바꿈이 일어날 것입니다. 태안이 변하면 나라도 변합니다.
이번 태안문화예술 곳간 우리동네가 무대 위에 올리는 연극공연 '갇힌 사람들'이 태안의 변화를 견인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태안문화예술곳간 ’우리동네‘

태안문화예술공간 ‘우리동네’는 ‘생활'이 삶의 양식을 일궈내는 고유한 '저장고'라고 생각하며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일궈내는 공간으로써 서로의 만남을 시도하고, 그 만남을 다양한 문화로 소통하고 실천하는 단체이다.
태안문화예술곳간 ‘우리동네'는 커다란 자물쇠를 달아 곡물과 종자를 관리하던 과정의 곳간에서 탈피하여, 잠긴 자물쇠를 풀고 닫힌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많은 사람이 소통하는 장소로서의 '곳간' 저마다의 능력과 재주를 나눔으로써 서로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장'으로서의 '곳간’. 마침내 사람과 사람들의 만남을 통해 열리는 태안 지역 '모두의 곳간'을 열어가고자 함께할 보통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신문웅 기자 shin0635@hanmail.net

<저작권자 © 태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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