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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값 폭락하는데 정부는 ‘수입’… 거꾸로 가는 농업정책에 “농민들 다 죽는다”

기사승인 2023.05.25  16: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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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태안 특산물인 마늘 수확 시작… 지난해 대비 마늘 가격 폭락에 마늘농가 벌써부터 ‘한숨’

   
▲ 사진은 남면에서 수확한 마늘로, 지난 22일 충북 청주의 직거래장터로 이동하기 위해 주대를 자르지 않은 상태로 쌓아져 있다. 50개 1단씩 묶인 마늘은 1만4천원선에 거래될 예정이다.

“마늘 수확철 앞두고 마늘 수입이 웬말이냐! 벌써부터 마늘 가격이 폭락할 거라는 얘기가 마늘농가 사이에서 돌고 있다. 농협에서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Kg당 2500원 선에서 수매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왜 마늘수확을 앞두고 정부가 마늘과 양파를 수입했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과연 이 정부에 농민을 생각하는 정책이 있는지 의문이다.”

근흥면에서 마늘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의 하소연이다. 마늘농사가 주업인 양아무개(50) 씨는 마늘수확을 앞두고 벌써부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양 씨의 경우에는 농협과의 계약재배는 체결하지 않아 개인 간 거래로 마늘을 팔거나 중간상인인 마늘도소매업자에게 넘겨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수년간 거래해 온 개인업자가 올해 마늘을 사 주기로 했지만 마늘단가는 농협의 거래상황을 지켜본 뒤 정해질 것으로 보여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더군다나 2천여 평의 마늘밭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15명 정도의 일꾼들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인건비도 17만원선으로 농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난 마늘값에 한숨 소리 커지는 태안마늘농가들

현재 태안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을 할 경우 새참이나 중식을 제공하지 않고 17만원의 인건비를 주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새참이나 중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입맞에 맞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한다. 지역주민들의 경우에는 새참과 중식을 제공하고도 15만원을 일당으로 줘야 한다. 인건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마늘단가는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것. 양 씨는 “작년에는 마늘단가가 좋아서 총 수입이 5천만원 정도였다”면서 “인건비를 떼더라도 3천만원 정도의 수익이 남았는데, 올해는 인건비는 지난해와 같은데 마늘단가가 폭락해서 소득이 시원찮을 것 같다. 인건비 빼고, 종자비와 비료값 등 이것저것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양 씨는 특히 “지금은 마늘과 양파를 수입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수확철을 앞두고 농산물을 수입하게 되면 우리 농산물의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벌써 마늘과 양파를 수입했다고 하니 농민들 다 죽으라는 것 아닌가. 정부가 농민들 입장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같다. 양곡법도 마찬가지”라고 쓴소리를 냈다.

덧붙여 그는 “지난해 마늘값이 좋았을 때 중간상인들이 마늘값을 후려쳐 농민들을 두 번 울린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마늘단가가 하락해 중간상인들이 아직까지는 입질도 오지 않고 있지만 싸게라도 팔아넘기려는 농민들의 심리를 이용해 더 싸게 마늘을 사려고 농민들한테 다가가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계했다.

지난해 일부 마늘농가에서는 마늘중간상인인 도소매업자에게 땀 흘려 농사지은 마늘을 위탁판매했다가 구두계약한 제값을 받지 못한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해당 업자를 경찰에 고소도 해 봤지만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손해만 본 채 울분을 삭혀야만 했던 사례도 발생한 바 있다.

양 씨는 인력수급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이미 캔 곳도 있지만 이달 26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마늘수확이 시작될 예정으로, 일할 사람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면서 “나같은 경우는 15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데 지난해부터는 태안이 아닌 인근 예산군의 인력사무소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태안인력사무소를 통해 부른 외국인 노동자들은 오후 5시까지 열심히 일하지 않고 오후 4시 정도만 되면 빈둥거리면서 집에 갈 준비를 하지만 예산에서 부른 외국인 노동자들은 갈 때까지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라고 귀뜸했다.

양 씨는 덧붙여 “인건비가 17만원까지 올랐는데, 일각에서는 인건비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담합해 올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농민들이 올려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로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보니 자기 밭으로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원 더 줄테니 우리집으로 와라’는 식으로 제안하다보니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마늘농가의 농민 송아무개 씨는 “올해는 마늘값이 폭락했다고 안 사간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늘 농사짓는 동네분들의 걱정이 많다”고 말문을 연 뒤 “인터넷으로 판매되는 마늘은 작년하고 값이 비슷한데 절반까지 폭락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마늘값은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절반까지 폭락한 적은 없었다. 이런 소문을 들은 농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마늘이 주품목인데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태안군연합사업단, 마늘값 폭락 대비 분산출하로 마늘농가 도와

그렇다면 농협은 올해 마늘가격 폭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농협 중심의 올바른 유통구조를 만들어 농업적 가치를 높이고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매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는 농협경제지주 태안군연합사업단(단장 홍성훈, 이하 ‘태안군연합사업단’)으로부터 올해 마늘값 폭락에 대한 전망과 대책을 들어봤다.

우선 태안군연합사업단은 올해 마늘값을 Kg당 2500원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저 1800원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예측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Kg당 5천원선이었음을 감안하면 반토막 수준인 셈이다. 지난해 마늘단가는 상급품의 경우 5100원을, 2등급은 48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농협에서 공식적인 마늘단가를 기준으로 하는 1단, 즉 마늘 50개를 한묶음으로 한 1단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공식적인 마늘단가는 16,650원이었다.

태안군연합사업단은 올해 마늘단가 폭락 원인을 정부의 물가정책 실패로 바라보고 있다. 

태안군연합사업단 홍성훈 단장은 “정부에서는 소비자물가를 중요시해 최근 몇 년간 마늘을 수입해서 물가를 맞춰왔는데, 특히 농협에서 마늘을 수매하고 난 뒤에 정부가 중국산 마늘을 수입해서 물가를 맞췄다”면서 “2021년, 2022년 연년으로 수입했는데, 소비자물가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협이 수매한 후 수입을 해서 물가가 곤두박질 쳤다. 정부가 농협보다 먼저 개입을 하던가 해야지 마늘물가가 곤두박질치다보니 농협이 적자를 감당해야 한다. 또한, 중간상인들 중에서는 마늘값 하락으로 이를 감당하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가격 안정화의 기준이 도대체 뭔가”라고 되물은 홍 단장은 “배추나 무 가격이 오르면 일주일 내내 TV뉴스에서 방송하는데, 마늘이나 양파 등 조미채소류는 그렇지 않다”고 전제한 뒤 “가격 안정화를 위한 기준 가격을 어느 정도 현실화해야 한다. 몇 년 평균단가로 기준가격을 정하다보니 농산물은 매년 20년 전 가격으로 정해야 하나”라며 “예전에는 육쪽마늘 1개면 아이스크림 한통을 살 정도였다고 한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올해 마늘 단가를 얼마로 책정해야 할지 농협에서도 고민 중”이라고 전한 홍 단장은 “농식품부가 마늘 생산시기에 맞춰 단가를 정해줘야 하는데 나중에 차액에 대해서는 보전을 해주긴 하지만 꼭 농협에서 마늘을 다 수매 한 후에 확정해준다”면서 “올해가 걱정이다. 마늘을 수확하기도 전에 벌써 수입했다. 그동안 이런 사례는 없었는데, (그로 인해) 갑자기 가격이 떨어졌다. 마늘단가가 떨어지면 농협으로 마늘농가들이 몰리고, 마늘가격이 올라가면 중간상인한테 간다. 마늘가격이 떨어지면 중간상인들은 손해이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중간상인에 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일부 마늘농가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발언이다.

“안정적인 마늘값을 받기 위해 올해 마늘농가들이 농협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한 홍 단장은 “태안농협의 경우 올해 1500톤 수매 계획이 있는데, 마늘가격 하락으로 2000톤 정도가 몰리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도 “몰리더라도 농협에서는 전량 수매할 수밖에 없는 입장으로, 지난해 농협이 태안군과 함께 마늘을 순회수집 했는데 올해도 계획 중이며, 마늘농가가 가장 어려운 점이 마늘을 캐서 운반하는 것인데, 농협에서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올해도 공동수확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홍 단장은 “농협에서는 전 읍면에 대해 마늘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전국에서도 태안이 유일하다. 올해는 농협에서 전량 다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고, 마늘농가 농민들은 올해의 경우 농협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태안군연합사업단에서도 건마늘 수매 시 출하단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주대마늘도 수매하는 분산출하로 마늘농가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홍 단장은 마늘농가를 비롯해 인력난에 허덕이는 태안농가에 안정적인 인력수급 방안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특히 태안군과 협약을 맺은 키르기스스탄과 계절근로자 협약을 농협과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단장은 “태안군에서 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키르기스스탄과 계절근로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농협에서도 태안군에 협약을 제안했지만,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그동안은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가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제도적으로도 농번기에는 이들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정적인 인력수급 방안이 필요하다”는 홍 단장은 “인건비만 올라가고 있고, 그러다보니 농민들의 실제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면서 “태안만해도 외국인 인건비가 17만원에 이른다. 이 마저도 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마늘과 생강의 주산지인 태안의 경우는 안정적인 인력수급이 더욱 시급하다”고도 했다.

홍 단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회관에 외국인 노동자 숙소를 제공하던가, 마늘과 생강 수확시기만이라도 태안군과 협약을 맺은 키르기스스탄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수급될 수 있도록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등 태안군이 나서야 한다. 심지어 요즘 난민도 많은데 얼마나 답답하면 대안으로 난민을 수용하자고 말하는 농민도 있다”면서 거듭 “농번기만이라도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체류를 양성화시킬 필요성이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인건비도 합리적인 선에서 지급될 것이고, 농가에도 안정적으로 인력수급도 될 것으로 본다. 인력수급은 고질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태안군 농정과 관계자는 “시장군수협의회 차원에서 마늘가격 안정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마늘, 양파를 싸게 먹어야 물가가 잡힌다고 수입해야 한다고 한다”면서 “그래서 전국마늘생산자협회와 전국양파생산자협회가 지난 5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생산자대회를 통해 마늘, 양파에 대한 수입중단과 생산비 보장,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한 마늘, 양파 공공비축 확대를 주장했지만 결국 수입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와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5.11전국양파·마늘생산자대회’에서 마늘과 양파의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생산비는 날이 갈수록 폭등하는데 농산물 값이 하락하면 농민탓으로 돌리고, 조금 오르면 정부가 나서서 바로 수입해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정책이 제대로 된 농업정책인가”라면서 “국민세금으로 마늘, 양파 수입해서 국산 마늘, 양파 농가 다 죽어간다. 마늘값 폭락이 우려됨에도 아무 대책 세우지 않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며 ▲TRQ(저율관세할당) 수입반대와 ▲생산비 보장 ▲공공비축확대를 촉구했다.

김동이 기자 east334@hanmail.net

<저작권자 © 태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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