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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을 놓지 못하나

기사승인 2022.12.08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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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고향을 떠나 태안군에 전입했다. 부푼 희망을 품었다. 제2의 고향에 대한 동경심도 생겼다. 

그러나, 전입신고 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2007년 12월 7일 역사상 유래 없는 태안원유유출사고가 터졌다. 허망했다. 근흥면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짓고 있었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기 위해 예비군 근흥면대 부중대장도 맡아 활동폭을 한참 넓혀가고 있을 즈음이었기 때문이다.

고민했다. 한마디로 폐허로 변한 이 태안 땅을 떠나야 하나, 아니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품고 버텨야 하나 기로에 놓였다. 선택은 후자였다. 직업군인을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을 탈탈 털어 평생 살 계획으로 집을 짓고 있었기에 집을 놔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기에 도움의 손길도 부족했다. 절망감이 들었지만 이대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누구할 거 없이 검은 바다로 달려가는 주민들의 틈에 끼어 무작정 바닷가로 향했다. 기름냄새가 코를 찌르고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바다를 뒤덮은 검은 기름띠를 걷어 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손을 보탰다. 

그렇게 한사람 한사람의 손길이 보태져 청정 태안앞바다를 뒤덮었던 검은 기름띠가 걷혀지고 다시 예전의 활기찼던 바다로 완전히 회복됐다. 그리고, 제2의 고향에서 살아보겠다던 필자도 지금까지 15년이 넘도록 태안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15년 전 갈림길에 섰던 필자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이제 태안은 절망이 아닌 ‘희망의 성지’로, 사상 유래 없는 기름유출사고를 극복한 상징적인 커뮤니티로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그 ‘희망’이 또다시 ‘공동체 갈등’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태안원유유출사고의 원인제공자인 삼성중공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11개 피해지역에 내놓은 ‘삼성지역발전기금’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유류피해민들의 피와 땀이 일구어낸 ‘삼성지역발전기금’은 대한상사중재원이 결정한 배분비율에 근거해 태안군에는 1503억원의 기금이 배분돼 2018년 12월 수협통장을 통해 수탁받았다.

그리고, 태안유류피해민들은 이 기금을 수탁받기 위해 서산시와 당진시, 서천군과 함께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기금을 수탁 받은 이듬해인 2019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허베이조합은 2019년 4월 9일부터 2021년 4월 8일까지 2년간을 조합원 가입 기간으로 제한했고, 조합원 가입 자격도 유류오염사고로 인한 제한채권 신고자만을 대상으로 부여했다. 

이같은 허베이조합의 일방적인 조합원 가입 자격 부여는 결국 제한채권을 신고하지 못한 유류피해민들의 반발을 샀다. 삼성지역발전기금은 피해지역을 위한 기금인만큼 제한채권 신고자만이 아닌 태안군민 전체가 조합원 가입 자격이 있다는 합리적인 주장을 펼쳤지만 허베이조합은 결국 이를 배척했다. 

이같은 결과는 해양수산부가 (사)한국법제발전연구소에 의뢰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관련 피해민 복리증진 및 지역공동체 복원사업 효율화 방안’ 최종용역보고서에서 지적됐다.

연구소는 “허베이 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채권번호를 부여받은 자에 대하여 2년내 가입자로 가입자격을 한정한 것은 단기간에 조합원을 많이 모집하여 수혜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입자의 2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가입자격 자체를 박탈당한 것은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어 “피해주민의 요건을 모두 갖춘 사람에게 조합가입시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입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특히 “삼성의 지역발전기금은 가급적 모든 피해주민들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고 해양환경의 조속한 복원이 이루어질 것 등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조합원 자격박탈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조합원 자격을 규정한 허베이조합의 정관 제9조 제4항을 전면 삭제할 것과 “지금이라도 미가입자의 추가 가입을 받아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소의 지적과 별개로 필자는 이런 제안을 한다. 허베이조합의 일방적인 조합원 자격요건을 폐기하고 2007년 12월 7일 기름사고 이후 정부로부터 ‘긴급생계비’를 지원받은 모든 유류피해민을 조합원 자격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안이다. ‘제한채권신고자’라는 딱딱한 자격요건이 아닌 ‘긴급생계비’를 지원받은 실제 유류피해민들을 기준으로 조합원 자격을 부여해 그들에게 기금을 통한 실질적인 지원과 혜택을 줘야 한다. 조합원 가입기간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태안유류피해민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삼성지역발전기금’의 진정한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태안원유유출사고 15주년을 맞아 다짐한다. 비록 고향이 태안인 토박이는 아니지만 이제는 태안사람이 된 만큼 앞으로도 허베이조합의 정상화를 지켜보며 감시자로서의 역할에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을. 또한 당부한다. 유족들과의 협의가 전제조건이겠지만 태안원유유출사고 이후 희생된 영령들에 대한 ‘추모공간’도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김동이 기자 east334@hanmail.net

<저작권자 © 태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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