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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불안(不安)하게 하는 것

기사승인 2022.11.03  14: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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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상(非正常)이 정상(正常)을 조롱할 때 -

   
▲ 태안민예총 문학분과 한산하

사람들은 경제를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경제가 어렵다고 경제가 가장 문제라고 말한다. 이때의 경제를 말하는 출발점은 돈에 관한 것이고 우리의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돈의 이해를 위한 첫 번째는 돈이 곧 신용(통화)이라는 것이다. 최근 뉴스에서 많이 언급된 레고랜드 사태로 ‘신용경색’이란 단어를 자주 듣는다. 세계경제위기가 나올 때마다 익숙해지는 단어이기도 하다.
   레고랜드 사태는 김진태 강원도 지사가 2022년 9월 28일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부도처리 되었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금리 인상 등으로 어려운 채권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하는 신용경색을 불러온 사태를 말한다. 몸에 피가 잘 돌아야 사람이 건강한 것처럼 경제가 제 역할을 하려면 돈이 잘 돌아야 한다. 흔히 경제에서 신용경색은 시중은행들의 신용창조(통화) 기능이 막히는 것을 의미한다. 국채와 같이 신용이 높은 지자체가 보증한 기업어음(CP)도 믿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회사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 한국전력공사 같은 최고 신용등급(AAA) 채권이 팔리지 않았고, 단기기업어음(CP) 금리가 급등하는 대혼란이 일었다. 이렇듯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은행 또한 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보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민간기업 발행 채권 및 어음에 대한 급격한 신뢰 저하로 이어졌다. 이는 지방 건설사의 위기와 소상공인들의 대출이 더욱 어려워지는 도미노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정치가 경제를 망가뜨린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강원도가 뒤늦게 보증 채무를 이행하겠다며 추가 발표를 하였지만 깨어진 시장의 신용은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정부 당국 역시 2022년 10월 23일 사태 해결을 위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시장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 원+α 규모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되는 시간을 정부와 금융 당국이 손 놓고 있던 것이 아닌가. 정부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 것이다. 나아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맞춰 우리나라도 그 간격을 줄이기 위한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데 오히려 유동성 공급확대라는 딜레마에 빠질 위험이 크다. 이는 지금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기 때문에 정부 당국의 정책이 충돌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고 11월 미국 연준의 0.75%p(자이언트 스텝) 인상이 계속 예고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물론 변수는 11월 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미국 중간선거 직전에 있다는 점이지만,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 폭을 줄이더라도 금리 인상 자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역시 표와 연결되는 정치적 이유에서 경제가 안 좋아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 소비 위축을 가져오고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과정을 밟게 됨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금리 인하를 다시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유는 현재의 비용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 재화나 서비스에 투입된 생산요소의 비용 증가에 의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양적완화(중앙은행이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공급함으로써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통화 정책)와 금리인하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 신뢰가 흔들렸던 최근 외국의 사례로 영국을 들 수 있다. 지난 9월 말 세계 금융시장은 영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혼란에 빠졌다. 트러스 신임 총리의 대규모 감세안을 골자로 하는 예산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가파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금융시장에서 영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영국 정부의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 국채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영국을 포함해 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시기에 트러스 정부는 에너지 비용에 고통받는 저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부자들의 세금을 줄이려 했다. 우리나라 세제개편과 관련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자감세’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결국 트러스 총리가 부자 감세안을 철회하고 영란은행이 대규모 국채 매입에 나서게 되었고, 이후 트러스 총리는 45일 만에 사임하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영국에서 자산 가격의 붕괴가 시작돼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져나갈 경우 2008년 미국의 리먼 사태에 버금가는 영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던 것이다.
   정치가 경제를 흔들 때 국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삶의 고통도 양극화로 치닫는다. 레고랜드 사태처럼 정책 당국이 신뢰를 깨고 불안을 만드는 것은 비정상적 정책으로 빠지는 지름길이다. 정치적 이유에서 금리가 좌우되는 것 역시 비정상이 정상을 조롱하게 된다. 특히 정상적 정의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계속 거짓으로 정책을 만들어 가면 그 불안은 경제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정의라는 원칙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 더 큰 거짓으로 덮으려 할 때 시장의 신뢰와 효율적 배분은 깨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이 악화되어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는 상태)이라는 비정상의 극단적 경제를 마주할 수도 있는 것이며 그것은 불안만이 아닌 고통의 현실이 되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영국 트러스 내각이 일으켰던 감세안 소동을 도덕적 신뢰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그는 트러스 총리를 빗대어 “한나라의 경제를 바보에게 맡기면 국민들은 그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교훈으로 경제에 불안한 우리가 그 대가를 치르는 국민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안전을 걱정하기 위해 사는 것 같다. 하물며 우리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처럼 살아남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한산하 taea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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