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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림만 방조제 위를 걷다가 만나는 풍경들

기사승인 2022.05.20  10: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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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가 최경자의 가로림만을 걷다 95

   
 

해안 산책로가 잘 만들어진 금현방조제를 걷는다. 방조제 옆 풀 속에는 오래전 염전에서 사용하던 타일 판들이 버려져 있고 수로에는 황소개구리들이 그 큰 눈으로 나를 보며 발소리에 맞춰 큰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해변 가까이에는 아파트와 교회 그리고 오래전부터 해변을 지켰을 것 같은 소나무 몇 그루가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다.
제방 뚝 아래 해변에 좁은 모래 개펄에는 엽낭게들과 칠게(능쟁이)들이 짓궂게 친구들과 노는 모습이 보인다. 산책길은 자전거도로로 만들어져 종종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 짭조름한 바닷바람을 즐기면서 달려간다.
산책로가 끝나는 해변에는 소나무, 아카시나무 그리고 억센 풀들 사이로 아쉽게도 해양쓰레기들이 가득하다. 흰나비 한 마리가 길을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들장말방조제로 올라왔다. 공장이 지어지고 태양광발전으로 변해가는 마지막 남은 폐염전에 낡은 소금 창고가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함수창고 뚜껑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어수선한 폐염전의 소금물이 칙칙한 붉은색으로 변한 것으로 보아 염부가 떠난 지 오래된 듯싶다. 과거 셀 수 없이 많은 소금꽃을 피웠던 난치에는 타일 판이 소금물을 기다리고 있으며 퉁퉁마디들은 흙 속에서 살그머니 머리를 내밀고 있다. 소금 창고 문 앞에는 헌 운동화 한 켤레가 기약 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높은 원 뚝 아래 좁은 비포장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기계소음과 수로에 썩은 폐수로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숨을 쉬기가 힘들어,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바닷물을 가두어 놓은 저수지 앞, 목벗방조제에 도착하고 보니 방조제 너머 갯벌에는 황발이(붉은발농게)들이 살고 있다. 억세게 자란 풀들 때문에 도저히 걷지 못하고 차를 타고 마을을 돌아 공장 단지 안으로 들어가 들장말방조제로 가는 길로 나왔다.
바다로 나가는 길옆에 잘생긴 소나무들이 입구에 서 있다. 길 한가운데에는 노란 민들레들이 한 줄로 서서 바다로 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차마 밟고 지나갈 수 없어 조심히 걸었다. 길옆 폐가에 밭을 지키는 개 두 마리가 내 발소리에 무섭게 짓는다.
 목줄을 하고는 있지만 날카롭게 울어대는 소리는 굉음같이 들린다. 가던 길을 되돌아 나와서 공장 단지로 들어가 다른 방향에 들장말방조제로 나왔다.
방조제 둑 위로 조심스럽게 오르자, 꼬불꼬불한 파마를 금방하고 나온 모습의 고사리들이 여기저기서 손짓을 한다. 끊고 싶은 욕심이 슬그머니 생겨 목숨만큼 아끼는 카메라는 삼각대 위에 올려놓고 담을 곳이 없어 쓰고 있던 모자에 담았다.
잠깐 끊었는데 모자에 가득 담긴 고사리를 보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방조제 아래에는 작은 모래사장이다.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사는 좀보리사초, 갯메꽃 그리고 모래지치, 갯완두 사구식물 친구들에게 “해변을 잘 지켜줘서 고맙다.” 인사를 하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주는 해변을 걷는다.

태안신문사 taea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태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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