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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뭣허러 읽나

기사승인 2022.05.04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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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오름독서회 회원 우주현

   사실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 하등 지장이 없다. 인류 역사 이전부터 책을 읽은 사람보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래도 애 낳고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래서 굳이 어렵게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책을 읽는다고 인생이 바뀌나, 돈을 잘 버나, 주위를 봐도 글줄이나 읽었다는 사람 중에 시원치 않은 사람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읽는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책이 의외로 써먹을 데가 많다. 물론 베개로 쓰기엔 너무 딱딱하고, 냄비 받침으로 쓰다가는 라면 국물이 떨어졌을 경우 견적이 안 맞는다. 하지만 인테리어 소품으로는 책만한 게 없다. 집에다 책을 잔뜩 가져다 벽면을 다 채워 놓으면, 그 책 하나도 안 읽었어도 오는 사람들마다 깜짝 놀란다. 언제 이렇게 책을 많이 읽으셨냐고…….
   다수의 착각 중에 하나가 책이 어렵고 고상한 물건인 줄 아는데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다만 그러한 척 할 뿐이다. 이성 간의 뜨거운 사랑을 주제로 살펴보아도 지구상 그 어떠한 매체보다 책에 정보가 더 많다. 잘 찾아보면 중국 황제들이 대대로 써먹었던 비법에서부터 미국 박사들 논문까지 전부 책으로 다 있다. 그걸 있는 그대로 써 놓으면 좀 창피하니까, 뭔가 어려운 제목에 빙빙 돌려서 써놨을 뿐이다.
   뭐 그런 세속적이면서 현실적 용도를 따지자면, 그중 제일은 전쟁 중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주었던 성경들일 것이다. 세계대전 당시 방탄복이 흔했던 것도 아니고, 성경을 가슴에 품고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을 누비다 쓰러졌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성경에 총알이 박혀 있었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씩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것을 어느 박물관에 전시해놨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아무튼 책은 그런 극적인 방법으로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책을 아예 안 읽고 살 수 없는 것은 세상에 믿을 놈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모두가 자기가 잘났고, 자기가 옳다고 시끄럽게 떠드는데 당최 뭐가 맞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럴 때 텔레비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냥 속고 만다. 속을 때는 잘 모르는데 시간이 지나 보면 속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런데 무서운 게, 인간이라는 동물은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니었구나.’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다 속이고 보자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조선시대 한글 반포를 양반들이 반대했던 예로 보아도 기득권층은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하지만 방법과 수단이 조금 바뀌었다. 정보를 통제하는 방법이 아니라 거짓 정보들을 과잉 공급해 대중의 피로도를 높인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더더욱 많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빼앗고 있다. 뉴스 보며 욕하는 게 지겨워, 드라마에 울고, 코미디에 웃고 하는 세월 10년이면 앵무새가 되어 버릴 위험이 있다. 일반인인 우리에게 책이 필요한 지점은 바로 여기라고 본다.
   살다가 한 번은 책을 떠들어 봐야 하는 순간이 온다.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실생활에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도 있고,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몰라서 일 때도 있다. 책이란 것이 원체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온갖 비법들을 써놓은 물건이어서 분명히 처방이 있다. 기도하는 것이 위안을 주고 스스로를 다잡는 계기가 된다면, 책은 그것과 더불어 상당히 현실적인 방편을 제시한다.
   책 읽는 것은 비행기 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비행기 안 탄다고 세상 못 사나? 하지만 새로운 세상은 그냥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주현 taea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태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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