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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림만의 자랑, ‘바다의 우유’ 굴밭을 가다

기사승인 2021.01.14  16: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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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가 최경자의 가로림만을 걷다 49

   
 

살이 에이는 듯한 찬바람이 두툼한 외투 속을 파고들어 온다. 진한 흑갈색의 뻘밭 위에는 살짝 건드리면 부서질 듯한 얇은 얼음이 덮여 있다. 구름 속에 숨어있던 겨울 햇살이 얇은 얼음을 비추자 뻘밭은 눈부시게 빛이 난다.

마을 사람들이 ‘무녀’라 부르는 굴 밭으로 들어가는 물이 빠진 바닷길을 칼바람과 함께 걷는다.

살얼음이 스르륵 녹은 뻘밭에는 추운 날씨에도 굴들이 열심히 살을 찌우고 있는 모습이 예뻐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면, 굴들은 뻘 밖으로 가끔 뾰족하게 생긴 입술을 쩍쩍 벌리며 좋은 영양분을 축적하는 소리가 들린다.

작은 웅덩이에는 뻘밭 위를 쏜살같이 달려온 칼바람이 파문을 남기고 어디론가 바쁘게 달아나고 웅덩이 옆에는 굴뻑을 담아놓은 굴 자루들이 한 줄로 나열되어 있다.

   
 

굴 밭을 돌아보고 해변으로 걸어나 온 나에게, 무녀 갯벌에서 3년 이상 최고의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 ‘바다의 우유’라고 자랑하는 김춘희 아주머니(관리 3구, 77세)가 작업하는 매구섬 비닐하우스 작업장에서 몸을 녹이면서 굴 까는데 방해꾼이 되었다.

“40년 이상 겨울이 오면 제철인 굴하고 씨름하고 살아왔슈. 굴 까서 아이들 키우고 가르치고 매구섬 이 자리에서 일생을 다하고 있지유.” 
“깐 굴의 굴뻑은 버리시고, 이쪽 그릇에 담아놓은 작은 굴은 왜 안 까셨어요?”
“작은 굴들은 다시 굴 밭에 뿌려놓으면 3년 정도 자라면, 그때 까쥬. 뻘밭에 이런 굴뻑이 있으면 포자들이 바닷물에 떠다니다 옆에 붙어서 같이 자라게 되유. 나는 뻘밭에서 자란 뻘 굴을 주워다 까서 팔아유. 그래서 지난 40년 동안 겨울이 되면 전국에서 꼭 내 굴을 드시고 싶어 하는 단골손님들이 있슈. 지금도 다 못 까서 못 팔유.”

자기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일하시는 김춘희 아주머니의 굴까는 손놀림을 지켜보며 비닐하우스 작업장 안 난로에서 구수한 나무 타는 냄새와 미네랄이 풍부한 가로림만에서 자란 굴까는 조새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보니 해변으로 돌아오는 들물을 만나게 되었다. 

신선한 바다의 우유가 통통하게 살 오르는 해변을 매서운 겨울바람과 함께 걷는다.

태안신문사 taea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태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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