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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림만의 보물 쇄팽이 해변을 걸으며

기사승인 2020.09.15  16: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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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가 최경자의 가로림만을 걷다 33

   
 

태풍 하이선이 지나간 해변에는 물길이 깊게 파인 흔적이 크게 남아있다. 알록달록한 굵은 모래알들이 깨끗하게 씻겨져 햇볕에 몸을 말린다.

황발이(붉은발 농게), 능쟁이(칠게), 돌장게, 풀게, 흰발농게 등 우리가 '게'라고 불리는 게들은 모두 모여 어젯밤 태풍이 왔다 간 이야기들을 나누는 듯 서로의 안부를 묻고 열심히 뻘밭을 기어 다닌다.
내 발소리도 못 듣고 놀다가 깜짝 놀라 구멍으로 뛰어 들어간다. 급하게 들어간 집이 남의 집인지, 다시 뛰어나와 자기 집을 찾아 바삐 움직인다.

흰발농게 한 친구는 너무 멀리 마실 나왔는지 결국 자기 집을 못 찾고 내 발밑에 풀 죽어 고개를 숙이고 "살려주세요" 하는 표정으로 안쓰럽게 앉아 있다. "그래, 오랜만에 멋진 인물사진이나 찍자" 마음을 먹고 열심히 사진을 찍히면서 신이 나서 잘난 자세를 취해준다.

“오~~멋지다! 인제 그만 집에 가. 잘 가, 안녕!” 하고 보내주었더니 한참을 걸어가다 자기 집을 찾아 들어간다. 들어가기 전 살짝 나를 쳐다보고 구멍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좋은 먹거리를 먹고 자란 친구들의 몸에서는 윤기가 난다.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아서인지 몸짓도 자연스럽고 순진해 보여서 더 예쁘다.

한참 동안 게 구멍 주변에 앉아서 집에 들어간 친구들이 다시 밖으로 나오기를 지켜보는 동안, 한두 마리가 머리를 내밀고 슬금슬금 나오는 찰나에 다시 후다닥후다닥하고 모두 사라진다.

   
 

무슨 일인지 깜짝 놀라 주변을 살펴보니 모퉁이에서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걸어오신다. 할아버지께 인사를 했지만, 인사를 안 받고 쏜살같이 뻘밭으로 걸어가신다. “무슨 일을 하러 가세요?” 여쭤봐도 아무 말 없이 걸어가시더니 신발이 벗어지지 않도록 끈으로 단단하게 묶고 빠른 걸음으로 뻘로 들어가신다.

신발을 묶는 솜씨가 한두 번 해보신 솜씨가 아니시다. 빨리 걸어야 뻘에 덜 빠져서 그러신가 보다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 많이 잡아 오세요' 전해드리고 동행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안고 돌아섰다.

해변은 어느 각도에서 봐도, 볼 때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은 태풍이 청소하고 떠난 파란 하늘의 구름과 해변을 기록해본다. 금궐산에서 바다로 흘러내려 오는 산줄기의 지명은 쇄팽이다.

모래알이 바닷물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소리를 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물이 들어올 때 소리를 들으면서 맨발로 걸어보고 싶은 해변이다. 멋진 풍경과 풍성한 바다생물들이 잘 어우러져 사는 가로림만의 보물 쇄팽이 해변을 걸으며 오늘도 자연이 주는 마음의 부자가 되어본다.

태안신문사 taea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태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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