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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왜 존재하는가?

기사승인 2020.08.19  14: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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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나지 않은 투병기 ⑩

   
▲ 소설가,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공동대표 지요하

 그런데 그 원무과 여직원은 내게 미안했는지 다시 한 번 윗사람들과 협의를 해보고 나서 다시 전화를 드리겠노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공연히 쓸데없는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여직원의 전화를 다시 받았는데, 위로금 190만원 결정을 변경할 수는 없다고 했다. 나는 통화를 마치면서 또 공연히 서산의료원 사람들이 너무 쩨쩨하고 옹졸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여직원은 내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중재 신청을 해보라고 했다. 나는 즉시 문석호 법률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사무장에게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한 정보를 얻고 또 조정중재 신청 권유도 받았다.

 나는 곧바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청서 파일 양식을 다운 받은 다음 정성들여 작성을 했다. 그 동안의 치료비 약 1천만 원, 교통비와 기타 경비 약 200만원, 앞으로 약 2년 동안 투입할 한방치료비 1,560만원과 경비 약 100만 원 등을 적시하였고, 4년 넘게 지속되는 코 가래에 시달리는 불편함, 또 그로 말미암아 몸의 건강이 전체적으로 망가져 폭삭 늙어버린 사정들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그리고 4년 넘게 겪고 있는 형벌 같은 ‘고생’의 실상,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존하며 살고, 소설가로서 소설 작업을 포기하고 사는 눈물겨운 현실에 대한 ‘위로금’으로 1억 원을 제시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2011년 4월에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준사법기관으로 ‘의료분쟁’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신속하고 공정하게 도와주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통상 1억 원 미만의 소액 의료분쟁을 조정 해결해주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신청서를 파일로 보낸 다음 서산의료원 2017년 6월의 ‘의무기록’ 사본, 서울 삼성병원 2019년 1월의 의무기록 사본, 그리고 가장 최근인 서울 서초동 ‘라경찬한의원의 진단서와 <태안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투병기’의 절반(1회분부터  6회분까지) 실린 <태안문학> 44집 한 권 등을 등기 우편으로 보냈다.       

 그 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여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주민등록증과 국가유공자증을 휴대폰으로 찍어서 문자 창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나는 그런 일에 국가유공자증이 왜 필요한 걸까 쓸데없는 의문을 삼키며 두  가지 증을 휴대폰으로 찍어 폰으로 보내 주었디, 또 전화가 왔다. 상태가 안 좋으니 두 가지 증을 스캔하여 메일로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다.

 나는 또 저들이 제대로 일을 하려나 보다, 괜한 생각을 하며 군청 공무원인 딸의 도움을 받아 내 능력 밖인 그 일을 해결했다.

 며칠 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공지가 카톡 창에 떴다. 내 신청 건은 4팀(팀장 이00)에서 담당하게 됐고, 모든 공지는 카톡 방에만 올린다는 내용이었다.

 다음 날 또 하나의 공지가 떴다. 7월 17일까지 피신청인의 절차참여 의사가 없으면 사건은 자동 각하된다는 내용이었디. 한쪽에서 조정절차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건이 자동 각하된다니, 세상에 그런 법도 있나...설마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서산의료원이 그 정도로 무책임할까…

 나는 이상한 불안감을 안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않았다. 카톡 방의 중재원 글에는 채팅이 되지 않아 일반 메시지 창의 이선화 4팀장에게 “저 신청인은 조정중재원의 모든 절차에 기필코 반드시 꼭 참여할 것임을 약속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17일을 맞았다. 그러나 17일엔 아무런 공지도 뜨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이틀 동안은 쉬는 주말이었다. 나는 좀더 긴장한 마음으로 20일을 맞았다. 드디어 의료분쟁 조정중재원의 공지가 카톡 방에 떴다. 허무맹랑하고 어이없는 내용있다.

【2020의조 1112, 각하 안내】
 피신청인의 절차참여 부동의로 조정사건이 각하되었습니다. 제출 서류 및 수수료를 반환할 예정입니다.
담당자: 조정감정 4팀 이00   02)6210∼0194

 나는 우선 어처구나가 없었다. 세상에 이런 법도 있나…!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논리정연하게, 그리고 자못 격렬하게 항의를 쏟아내었다.

“당신들, 그딴 식으로 일처리를 하면서 남부끄럽지 않습니까. 조정중재원의 존재이유가 뭡니까. 중재원의 조정 절차에 피신청인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사건을 각하시켜 버리면, 도대체 중재원의 존재이유와 존재가치는 무엇입니까. 일단 신청인과 피신청인 양쪽을 불러서 말이라도 들어봐야 할 것 아닙니까. 그딴 식으로 일처리를 하면서 월급을 왜 받습니까. 국민 세금만 축내는 것 아닙니까. 나는 서산의료원이 비겁하다는 것을 오늘 온전히 체감했습니다만, 조정중재원이 그렇게 비겁한 쪽의 손을 들어주어야만 합니까. 내가 할 일이 없어서 조정중재원에 조정중재 신청을 한 줄 아십니까. 조정중재원이 그 이름에 걸맞게 일을 할 줄 알았습니다. 나는 서산의료원에 비하면 약자입니다, 사회적 약자로서 건강도 좋지 않고 나이도 먹고 해서 소송을 포기하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도움을 청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문을 닫아버리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닙니까. 직무유기 아닙니까. 차라리 간판을 떼십시오. 그딴 식의 안일무사주의로 일을 하면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라는 가판을 왜 달고 잇습니까? 정말 부끄럽지 않습니까.”

 나는 잠시 말을 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지요하 jiyo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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