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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서히 죽어간다. 나의 일터를 바꾸고 싶다

기사승인 2019.10.02  14: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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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발전산업노조 한전산업개발 발전본부 사무국장 이태성

   
 

나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21년을 일했다.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특조위 조사 결과를 보니 발전소 현장이 낯설었다. ‘우리가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었구나’.

생전 처음 듣는 1급 발암물질 결정형 유리규산이 노동부 기준보다 8~15배나 높게 나왔다니 아찔해진다. 발전소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석탄 저탄장을 옥내로 만들었다. 지역주민들을 위해서는 당연하다. 그런데 옥내저탄장에서 일하는 우리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되고 벤젠이라는 발암물질에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200PPM을 넘으면 사람이 쓰러질 수 있는 농도인데 삼척화력발전소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500PPM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런 사실을 단 한 번도 발전사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

보호구는 딸랑 마스크 하나뿐 이였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기계가 고장 나지 않도록 기름도 치고 청소도 한다. 하지만 발전사는 일하는 노동자가 죽든 다치든 병들어가든 신경 쓰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5사가 연료환경설비운전업무와 경상정비업무의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효율적인 발전소를 운영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모두 거짓말이었다. ‘김용균 특조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상정비업체는 발전사와 체결한 공사계약 중 우리가 받아야 할 노무비의 39%~53%까지를 지급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윤으로 착복했다.

발전5사는 연료환경설비운전은 엔지니어링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경상정비는 대한건설협회의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직접노무비를 산출하여 하청업체와 계약한다. 그런데 발전사의 입장에서는 용역비용이 줄어들지 않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발전사가 책정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결국 이득을 본 곳은 바로 발전사의 묵인 하에 하청업체들이다.

사실상 김용균과 우리들의 돈을 강탈한 것이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 매우 분노하고 있다. 현장에 이러한 사실을 전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진짜 그렇게 많이 떼먹어요? 회사가 돈 없다는 말 다 거짓말이네!

그럼 나의 월급은 진짜 얼마예요?  형 이제 마스크 말고 뭐가 있어야 안전해요?

질문 속에 내가 답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만치 않았다.

현장에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었다. 정부와 발전5사가 이미 이 사실들을 모두 알았다는 점이다.  우리가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수많은 정치인이 위험을 바깥에 떠미는 위험의 외주화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정부와 여당은 고 김용균 노동자가 자신에게 책정된 임금의 절반만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따라서 노무비를 삭감 없이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 발표가 있은 지 이미 7개월이 넘었다. 그 동안 하청업체들은 정부의 발표를 비웃듯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떼어먹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과 발전5사는 방치하고 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말한다. 우리들을 직접고용 한다고 해서 그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우리 노동자들이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연료환경설비운전과 경상정비업무처럼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중요한 업무는 직접 운영하여 고용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5사의 외주화 정책은 노동자들에게는 고통과 죽음을, 하청업체는 부당한 탐욕과 이익을 보장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밝혀진 이상 정부과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회는 발전5사의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긴급안전대책도 만들어야한다. 하청노동자이지만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가는 안전과 건강 대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지켜주어야 할 생명권 즉 인권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호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지면을 빌려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작년 말 수많은 국민들이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으며 추모의 발길을 모아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전 서울 금천구청역에서 외주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 김용균의 죽음 이후 더 이상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한국 사회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우리들은 한국 사회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행복한 일터가 죽음의 공간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이 유가족과 국민에게 했던 약속이기 때문이다.

특조위 발표 중 가장 가슴에 남는 말입니다.

“위험은 외주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외주화로 인하여 위험이 더욱 확대되는 방향으로 구조화되어, 노동안전보건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 상황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태안신문사 taea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태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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