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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민간인희생자 다큐영화 ‘태안’ 촬영 순조… 한국전쟁 당시 수룡리서 무슨 일이

기사승인 2019.09.26  16: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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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성산 일원서 좌익 30여명 처형당해… “까마귀, 동네개들이 시신을 먹는 모습 봤다” 증언

주로 희생자는 태안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부역혐의자들… 용신리 바닷가서도 학살 자행돼

   
▲ 태안민간인희생자들의 아픔을 그린 다큐영화 ‘태안’이 지난 6월 크랭크인 한 가운데 내년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두고 촬영이 순항하고 있다. 사진은 촬영팀이 지난 19일 근흥면 안기리에서 희생자 유족으로부터 증언을 듣고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2008년 조사보고서는 태안 부역학살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태안경찰서는 1950년 10월 초 경찰서로 복귀하자마자 치안대의 지원을 받아 부역혐의자들을 체포, 연행, 구금했다. 경찰서와 면 지서에 수감된 사람들은 경찰과 치안대의 취조를 거쳐 경찰, 지역유지, 치안대가 참여하는 심사위원회를 통해 A, B, C 등급으로 분류되었다. 등급 분류는 경찰서장이 최종 결정했다. 이중 A등급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처형 내지 경찰서 이송, B등급은 재분류 후 처형 및 훈방, C등급은 훈방됐다.

사찰계 형사 이태륜이 지서를 오가며 부역혐의자 처형을 주도했다. 이들은 1950년 10월 수복부터 1951년 1.4후퇴 직전까지 살아남은 보도연맹원과 부역혐의자를 집단 학살했다. 당시 태안경찰서장은 최배식. 내무부 치안국의 지휘와 명령에 따라 경찰과 치안대가 학살 주도.

치안국은 민간인들로, 부역자 심사위원회와 치안대를 조직하여 주민을 체포, 구금 조사,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부역자 심사위원회는 대한청년단 등 우익단체와 소방대원, 인민군 점령기 피학살자 유족으로 구성됐다. 즉 치안국은 유족과 우익단체가 보복 학살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은 이를 조장했다. 이같은 결과는 대량학살로 이어졌다. 감금장소는 태안경찰서 인근 김이환 소유의 영단방앗간과 이상돈 소유의 곡물창고.

태안경찰서와 7개 면 지서 경찰들이 사찰계 형사를 중심으로 부역혐의자를 체포, 연행, 취조, 분류, 처형했다. 치안대와 의경, 소방대원이 부역혐의자를 지목, 체포, 연행, 취조, 분류하는 일을 지원했다. 각 면의 지서마다 심사위원회를 두고 분류했다. 처형은 주로 경찰서장과 지서장이 결정하고 사찰계 형사들이 처형을 집행했다.

치안대는 대한청년단 등 우익단체와 인민군 점령기 희생자 유족을 중심으로 읍면별로 구성됐다. 이들은 부역혐의자를 지목, 체포, 연행, 조사하는 일을 담당했지만 소원면과 이원면 등 일부 지역에서 직접 학살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숫자가 같은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 115명과 인민군 치하에서 희생된 자유수호희생자 115명, 부역혐의 희생자 900명 등 1200명에 달하는 민간인희생자를 냈던 태안. 태안민간인희생자들의 아픔을 그린 다큐영화 ‘태안’이 지난 6월 크랭크인 한 가운데 내년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두고 촬영이 순항하고 있다.

태안민간인학살희생자들의 아픔을 다루게 될 다큐영화 ‘태안’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을 다룬 다큐 <레드툼>과 <해원(解寃)>을 연출한 레드무비(Red Movie) 대표인 구자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유민아빠’ 김영오씨와 태안민간인희생자유족회 강희권 사무국장과 함께 유가족들의 아픈 기억을 마주하고 증언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이끌어내며 3개월째 동행하고 있다.

해군과 경찰, 치안대에 의해 집단 학살이 자행된 근흥면

다큐영화 ‘태안’팀이 이번에는 근흥면을 찾았다. 촬영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안흥항과 용신리, 수룡리 등에서 진행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기록에 근흥면은 해군과 경찰, 치안대에 의해 부역학살이 자행된 곳이다.

기록에 따르면 근흥면 부역혐의자들은 1950년 10월 초부터 12월까지 근흥면 정죽리 안흥항 등지에서 해군과 면지서 소속경찰, 치안대에게 집단 학살됐다. 가해주체는 해군과 경찰, 치안대로 나누어진다. 해군에 의한 학살은 안흥항과 인근 바다에서, 경찰과 치안대는 안흥항과 근흥면 면소재지인 용신리 질목에서 발생했다.

기록 이외에도 근흥면에서는 수룡리 토성산 일원과 일명 ‘용허리’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 30여명이 처형됐고, 당시 인민군이 파놓은 방공호에 가매장된 시신을 동네 개와 까마귀들이 파먹었다는 생생한 증언도 확보했다.

   
 

[안흥항-해군에 의한 학살사건]

안흥항은 경찰과 치안대가 아닌 당시 가의도에 주둔하고 있던 해군에 의한 학살사건이 발생한 특이한 곳이다. 기록에 따르면 함아무개, 장아무개를 비롯한 근흥면 주민 수십명이 1950년 10월 8일 안흥항 바위(현 수협창고)에서 해군에 의해 학살됐다.

아버지가 안흥항에서 사망했다는 윤아무개씨의 증언을 옮기면 이렇다.

「안흥지서로 가니까 그날 생포한 사람이 37명이야. 애매한 사람이 많아. 흑백을 분류하려니까 함장이 오더니 무얼하냐고 물었고, 흑백을 분류하려한다니까 흑백같은 소리하고 있네 라면서 전부 일어서 하면서 다 끌고 나가는거지. 옛날 안흥수협 자리로. 그때는 건물도 없고 바다, 돌이 있었어. 조금 지나니까 탕탕소리가 나더라고, 또 탕탕 소리가 세 번 났는데 그것은 수류탄 까는 소리여. 총도 쏘고, 나중에 수류탄을 깐 거여. 가보니 꿈틀거리긴 뭐가 꿈틀거려 (다 죽었지). 거기 여자 둘도 끼여 있었는데 오래돼서 이름을 잘 모르겠는데 윤아무개하고 장아무개라는 사람이 끼여있었어.」

안흥항 학살터는 지금은 사라진 안흥지서와 주차장와 인도로 변한 면 창고, 그리고 수협 건물터 등으로 아직도 아픔이 서려 있다.

[용신리-바닷가인 숯돌막과 질목… 시신은 바다로 ‘풍덩’]

근흥면 면소재지인 용신리에서는 부역혐의자들을 용신리 바닷가로 끌고 가 숯돌막과 질목에서 총살시켰다. 시신은 바위에서 바다로 떨어졌고, 시신은 파도의 흐름을 따라 속절없이 떠내려갔다. 당시 시신을 찾는 유족도 있었지만 많은 희생자 유족들은 철벽 감시망을 뚫고 매일같이 처형된 장소를 찾았지만 시신을 찾을 수 없었다.

부친을 용신리 질목 학살지에서 잃었다는 김아무개씨의 증언을 들어보자.

「인민군 점령기에 나가서 환영 만세를 불렀다는 이유로 잡혀갔다. 근흥지서로 잡아갔다. 용신리 바닷가에 잡혀갔다. 면 창고에 가두었다가 바닷가에서 죽였다. 시신을 못 찾았다. 바닷물에 휩쓸린 시신도 찾을 수 없었다. 잡혀 갔다는 날짜만 안다. 음력 9월 14일. 여기에서 며칠 동안 창고가 차면 죽이고 수차례 진행됐다. 3~4일간 총살했다. 근흥면 주민을 거기서 죽였다. 숯돌막에서도 학살했다. 역시 바다다. 2차 학살 장소다. 근흥면 젊은 사람은 거의 다 죽였다. 조금 똑똑한 사람은 다 죽였다. 경찰이 치안대의 도움을 받아 잡아서 학살했다. 최배식 경찰서장을 잘못 만났다.」

   
 

[수룡리-토성산 방공호서 30여명 집단 학살]

근흥면 수룡리 용요교 인근. 주민들은 이곳을 용허리라고 부른다. 이곳은 태안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부역혐의자들이 집단 처형된 곳이다.

증언자 김아무개씨에 따르면, 학살 당시 용허리는 버스가 다닐 정도로 넓은 돌이 개울에 놓아져 있었고, 현재 수로를 따라 버스길이 있었다. 그 버스길 옆에는 방공호가 토성산까지 이어졌다. 바로 그곳에 부역혐의자들을 학살해 시신이 보일 정도로 얕게 가매장했다.

가매장된 시신들은 유족이 와서 시신을 찾아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까마귀와 동네 개들이 파먹었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방공호를 따라 가며 토성산성의 돌로 수룡저수지를 메웠다는 전언까지 전한 김씨는 “당시 좌익들을 끌고 와서 집단 학살하고 인민군이 파놓은 방공호가 있었는데 거기에다 가매장했다”면서 “우리도 멀리서만 봤지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까마귀들이 시신을 쪼고, 동네개들까지도 시신을 훼손하고 그랬다.”고 증언했다.

한편, 촬영현장에서 만난 구자환 감독은 “이제 근흥면에서의 촬영은 오늘(19일)로써 마무리 했고, 10월 초부터는 소원면 유족과 현장을 찾아 촬영할 예정”이라고 향후 일정을 짤막하게 밝혔다.
김동이 기자

김동이 기자 east334@hanmail.net

<저작권자 © 태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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